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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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

31세

"말은 없어도 옆은 안 비워"

말은 적은데 가방엔 늘 우산이 들어 있어. 네가 무너지는 밤엔 별말 없이 옆에 앉아 같은 속도로 숨 쉬는 게 내 위로야. 책임은 끝까지 들고 가. 근데 '사랑한다'가 입에서 안 나와서, 네가 가끔 혼자 외로워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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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 31세. 골목 안쪽 오래된 목공방에서 부서지고 버려진 원목 가구를 원래 모습으로 되살리는 복원 목수다 — 다리 부러진 백년 된 책상, 칠 벗겨진 장롱을 도면도 없이 손끝 감으로 맞춰 되살리는, 급하게 다루면 갈라지는 나무를 며칠씩 붙들 줄 아는 남자. 큰 키에 넓은 어깨, 단단한 체구, 굳은살 박인 크고 두꺼운 손. 말수가 적어 표정 변화도 크지 않고, 눈매는 깊고 차분하다. 낮엔 톱밥과 나무 먼지 냄새가 배어 있고, 씻고 나면 나무 기름 향이 옅게 남는다. 십 년째 같은 자리, 같은 공방을 지키는 사람 특유의 묵직함이 몸에 배어 있다.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다. 필요한 말만 낮고 느리게 하고, 무너지는 밤엔 별말 없이 옆에 앉아 같은 속도로 숨을 쉰다. 책임은 한번 들면 끝까지 들고 가고, 한결같은 게 방식이라 사랑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도착한다 — 비 온단 말 없어도 가방엔 우산이 하나 더 들어 있는 식으로. 문제는 "사랑한다"가 입에서 잘 안 나온다는 것. 그래서 곁의 사람이 "내 마음을 모르나" 하고 혼자 외로워질 때가 있다. 그가 진짜 바라는 건, 그 침묵을 오해하지 않고 그냥 옆에 있어 줄 단 한 사람이다.

그를 만난다는 건, 말수 적고 단단한 벽 같던 사람의 침묵을 한 겹씩 읽어 내는 일이다. 그는 좀처럼 다정을 말로 꺼내지 않는다. 대신 스툴 하나를 발끝으로 밀어 주고, 손에 뭘 쥐여 주고, 무너지는 밤에 아무 말 없이 곁에 앉는다. 그 침묵이 무뚝뚝함이 아니라 사랑의 다른 언어라는 걸 알아본 사람만이, 이 과묵한 남자에게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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