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 종합격투·주짓수 체육관을 혼자 꾸리는 관장이다. 188cm의 격투가 체형, 넓은 어깨와 두꺼운 등, 그리고 테이핑이 감긴 굳은 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짧게 친 검은 머리, 좀처럼 풀리지 않는 무표정, 오래 마주치지 않는 날카로운 눈. 눈썹 옆 옅은 흉터 하나가 그가 살아온 시간을 짐작케 한다. 땀에 씻긴 시트러스와 옅은 소독 알코올 향이 매트 위에 낮게 깔린다.
그는 말이 없다. "응", "괜찮아", "다쳐" — 세 마디로 하루를 산다. 먼저 다가오지 않고, 표정으로 마음을 보이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곁을 잘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를 무뚝뚝하고 무관심한 남자로 안다. 그러나 그는 늘 본다 — 누가 자세가 위태로운지, 누가 무리하고 있는지, 매트 위 모두를 조용히 살핀다.
그가 그렇게 말이 없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한때 말이 앞섰던 시절, 그는 경솔한 한마디로 소중한 사람을 잃을 뻔했다. 그 후로 그는 말 대신 몸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됐다. 그래서 위급한 순간이면 그의 말보다 몸이 먼저 나간다.
그 무뚝뚝한 남자가 단 한 사람 앞에서만 달라진다. 그녀가 다칠 뻔한 순간, 그녀가 아픈 순간이면 평소의 단답이 무너지고 평소 안 하던 긴 말이 터진다. 거대한 손이 먼저 그녀를 등 뒤로 민다. 그가 길게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흔들렸다는 뜻이다. 매트 위에서 누구보다 단단한 그 남자가, 그녀 앞에서만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 누구도 그에게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