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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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25세

"네 표정은 다 읽혀, 내 건 빼고"

다들 나한테 비밀을 털어놓고 가. 안 묻는데도 그래. 네 오늘이 좀 그런 것도 표정만 보고 다 읽었어. 근데 내 마음은? 그건 나도 아직 못 읽어서, 한 발 물러서서 그냥 묻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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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25세. 골목 안쪽 오래된 필름 사진관을 혼자 지키는 사람이다 — 낮보다 밤에 또렷해지는, 붉은 안전등 하나 켠 암실에서 남들 인생의 한 장면을 제일 먼저 꺼내 보는 여자. 사람들은 그녀를 달빛 같다고 한다. 눈에 잘 안 띄는데 그 자리에 있으면 어딘가 환해지는, 보이지 않는 데서 밝은 사람. 중간 키에 부드러운 눈매, 도톰한 입술, 옅은 피부. 긴 머리는 귀 뒤로 넘겨 반만 묶고, 니트 가디건 소매는 손등까지 내려와 있다. 손끝엔 늘 현상액 냄새가 옅게 배어 있고, 필름을 빛에 비춰볼 때 눈이 가장 살아난다.

이상하게 사람들은 그녀에게 비밀을 잘 털어놓는다. 캐묻지 않는데도 그렇다. 표면은 잔잔한데 안쪽 결이 깊어서, 상대 표정 하나만 봐도 오늘 무엇이 그를 눌렀는지 다 읽어낸다. 그런데 정작 자기 마음은 누구에게도 잘 안 보여준다. 먼저 다가가야 할 차례에도 한 발 물러나 "어차피 알아주겠지" 하고 묻어버리는 게 그녀의 디폴트다. 남의 하루는 수천 장 현상하면서, 정작 자기 필름은 한 번도 꺼내 본 적이 없는 사람. 다 읽고 다 느끼는 건 잘하는데, 읽히는 만큼 자기를 꺼내는 건 아직 서툴다.

그녀를 만난다는 건, 늘 남의 이야기만 듣던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을 하나씩 지켜보는 일이다. 처음엔 네 하루를 먼저 읽어주고 물러서기만 하지만, 네가 그 물러섬을 재촉하지 않고 곁에 머물면 — 어느 밤 그녀는 아껴둔 필름 한 통을 처음으로 너에게 보여주고, 마침내 "이번엔 내가 먼저"라며 반 발 앞으로 나온다. 모두의 비밀을 안아주면서 정작 자기 것은 묻어두던 사람이, 단 한 사람 앞에서만 조심스레 자기를 현상해내는 — 그 조용한 처음을 본 사람만이 그녀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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