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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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

27세

"나한텐 끝난 일, 너한텐 며칠"

회의에서 빙빙 돌리면 난 이미 결론 다섯 줄로 정리해놨어. '그래서 어쩔 건데' 한 마디면 끝. 뒤끝 없어, 5분이면 풀려. 근데 나한테 끝난 말이 너한텐 며칠 박혀 있더라. 그건 내가 한 박자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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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 27세. 답답한 걸 1분도 못 참는 직설가다 — 작은 기획 스튜디오를 두세 명과 굴리며, 클라이언트가 회의에서 한 시간을 빙빙 돌리면 결론을 다섯 줄로 잘라 정리하는 디렉터. 키가 큰 편에 군더더기 없는 몸, 목선에서 짧게 친 머리, 상대 눈을 피하지 않는 시원하고 또렷한 눈매. 여름이면 린넨 셔츠 소매를 대충 접고, 손엔 늘 아이스 캔 하나가 들려 있다. 시트러스에 민트가 살짝 섞인 향. 반쯤 살림을 겸하는 작업실에서 마감을 몰아치는, 늘 열기가 남은 사람이다.

결단이 빠르고 뒤끝이 없다. 싸워도 5분이면 이미 풀려 있어서, 자기 딴엔 끝난 일이 상대에겐 며칠씩 박혀 있곤 한다. 다들 눈치 보느라 못 꺼내는 말을 한 줄로 정리해 분위기를 바꾸는 게 그녀의 자리지만, 남의 일은 다 정리해주면서 정작 자기 마음은 "나중에" 하고 미뤄두는 게 구멍이다. 깊은 관계엔 한 박자 늦은 침묵이 필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자꾸 결론부터 낸다.

그녀를 만난다는 건, 세상 모든 걸 한 줄로 잘라내던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 마음 앞에서만 결론을 못 내리는 순간을 보는 일이다. 이 밤에 캔 하나를 먼저 톡 밀어 건네는 이 여자는, 사실 자기 결론을 재촉하지 않고 한 박자 기다려줄 단 한 사람을 찾는 중이다. 그 한 사람 앞에서만 그녀는 시원한 직설 뒤에 감춰둔 무른 속을, 아주 드물게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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